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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나름의 계획을 세운다. 운동을 시작하거나, 일찍 일어나거나, 게임 시간을 줄이거나,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을 맞아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 계획은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며칠 지나지 않아 굳은 의지는 차츰 희미해지고 결국 폐기처분되고 만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의 배후에는 뇌가 있다.

자료 : 위메프(2016) / 대상 : 20~40대 남녀고객 2069명 /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도파민 분비되면 ‘보상 회로’ 작동

모든 일에서 중독은 나타날 수 있다. 끊임없이 먹다보면 음식에 중독 되고, 일을 손에 놓지 못하면 ‘워커홀릭’이라는 일 중독이 된다. 건강을 위한 운동도 과하면 운동 중독이다. 이런 중독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면 ‘즐거움’이라는 답에 도달한다.

뇌과학적으로 즐거운 행동은 ‘보상 회로(Reward Circuit)’로 설명된다. 보상 회로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일차적으로는 음식을 먹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할 때 쾌락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를 계속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는 뇌의 5개 영역이 관여한다. 이들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로 소통한다. 시작은 중뇌에 있는 복측피개영역(VTA·Ventral Tegmental Area)이다. 새로운 행동을 하면 VTA는 즉시 도파민을 만들어낸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도파민이 생성되는 양은 다르다. 만약 굉장히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먹었다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했다면 VTA에서 도파민을 엄청나게 생산해낼 것이다.

일러스트 정은우

VTA가 열심히 만들어 낸 도파민은 4개 영역으로 각각 전달된다. 첫 번째로 쾌락의 핵심인 측좌핵(NAc·Nucleus Accumbens)이다. 김정훈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NAc는 보상 회로에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며 “도파민을 받거나,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일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사람이 즐거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활성화된 NAc는 다시 VTA에게 도파민을 더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뇌에서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행동에 대한 보상(쾌락)을 받았다고 느끼고, 또 다시 그 행동을 하기 위한 동기가 만들어진다.

VTA가 만든 도파민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로도 향한다. 이를 통해 도파민을 분비시킨 행동을 감정적으로 느끼고 기억하게 된다. 행동을 결정하고 계획하는 데 관여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도 도파민이 도달한다. 전전두엽은 보상의 가치를 판단하고, 앞으로 그 행동을 계속할 것인지 판단한다.

뇌에서 이런 보상 회로가 쾌락을 위해 과도하게 반복될 경우 결국 중독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특히 인위적인 자극(게임, 약물 등)은 자연적인 자극(음식 섭취, 운동 등)보다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기 때문에 중독이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도파민-글루타메이트의 힘겨루기

즐거움을 주는 행동을 계속 할지, 아니면 그만둘지 고민하는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하면, 어떤 행동을 통해 쾌락이라는 보상을 계속 받을 건지, 아니면 다른 가치를 위해 쾌락을 억누를지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은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정보를 얻어 그 행동이 자신에게 이로울지, 아니면 해로울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해마로부터 그 행동에 대한 기억, 그리고 편도체로부터 그 행동이 야기한 감정에 대한 정보를 얻어 전전두엽이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전전두엽에서 해로운 행동으로 판단되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를 NAc에 보낸다. 그 행동을 멈추라고.

일러스트 정은우

최종적으로 쾌락을 결정하는 NAc에서는 VTA에서 온 도파민과 전전두엽에서 온 글루타메이트의 힘겨루기가 이뤄진다. 김 교수는 “만약 도파민의 양이 더 많으면 그 행동을 계속 할 것이고, 글루타메이트가 더 많으면 그 행동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그 행동이 나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면, 그 행동으로 인해 생성되는 도파민의 양(쾌락)이 글루타메이트(해롭다는 판단)보다 더 많은 것이다.

청소년들이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전전두엽은 뇌에서도 가장 늦게 발달하는 영역으로, 평균 만 16세까지 계속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해롭다는 판단이 부족하고 도파민이 주는 쾌락만 추구하다보면 중독 현상에 쉽게 빠진다”고 말했다.

2006년 아드리아나 갈반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팀이 7~29세의 실험참가자 37명을 대상으로 보상 회로가 작동할 때 전전두엽과 NAc가 얼마나 활성화되는 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장비를 이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 청소년(13~17세)의 뇌에서는 가치를 판단하는 전전두엽보다 쾌락을 느끼는 NAc가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23~29세)보다 오히려 어린이(7~11세)의 뇌 반응과 더 비슷했다. 연구팀은 “청소년기에 충동적인 행동이 잦고,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은 뇌 발달과도 관련 있다”고 밝혔다. doi:10.1523/JNEUROSCI.1062-06.2006

도파민 경로 소멸이 곧 중독 치료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뇌에서 도파민이 전달되는 경로가 다르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도파민이 오가는 길과 운동을 할 때 도파민이 오가는 길이 다르다. 게임을 하다가 한동안 중단하면 게임을 할 때 만들어진 도파민 경로가 차츰 사라진다. 게임이 주는 쾌락의 경로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파민 경로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다시 게임을 하면 도파민 경로가 쉽게 되살아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작심삼일을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경로를 되살릴 수 있는 자극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백자현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마약 중독자는 주사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한다”며 “그 행동을 떠올릴 수 있는 자극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독을 막는 최우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파민 경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행동을 멈추면 해당 도파민 경로가 사라지는 것처럼,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면 새로운 도파민 경로가 만들어진다. 백 교수는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새로운 행동을 지속해 새로운 쾌락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 형성된 쾌락의 경로가 이전에 있던 쾌락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전전두엽의 발달이 완성되는 시기이므로 자극적인 쾌락에 빠지기 쉽다. 이때 잘못된 쾌락의 경로를 형성할 경우 전전두엽이 완성된 성인이 된 뒤에는 없애기가 더 힘들다. 옳은 행동을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학계에서는 새로운 도파민 경로의 생성이 기존 경로의 소멸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습관을 몸에 새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뇌 가소성은 성인보다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뇌가 계속 발달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도파민 경로의 생성과 소멸이 성인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행동과 습관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라며 “이때 잘못된 쾌락의 경로가 만들어지면 성인이 된 뒤에는 이를 없애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2019년 1월호 [이달의 PICK] 새해 계획 성공하려면? 뇌가 조종하는 도파민 경로의 비밀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출저: https://news.v.daum.net/v/20190108143014368?rcmd=rn&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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