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당신의 우울은 어떤 종류인가요?

by 남샘 posted Sep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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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우울은 어떤 종류인가요?

<우울감과 삶의 의미>에 관한 임상심리학자의 이야기

 

    ‘의미있는 삶이나 행복한 인생이라는 프레임은 우리를 정서적으로 피로하게 만듭니다. ‘네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어?’라든지 넌 행복해?’와 같은 질문들은 멀쩡하게 잘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불행하게 만듭니다.

   의미를 찾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나는 행복하지 않은데 왜 노력하고 있지 않은지 초조해지고, 심지어는 우리 가족은 아직 불행한데 나는 왜 행복해하지 하는 생각들로 죄책감마저 듭니다.

   이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요? 최근의 치료 트랜드로는 우울에 맞서 당당히 싸우겠다는 아니며, ‘, 왔어?’가 꽤 괜찮은 답입니다.

   우울을 환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울은 환영할만한 존재가 못되며 가능하다면, 겪지 않으면 더 좋을 일입니다. ‘어 왔어?’하는 수용과 승인은 나를 우울의 피해자가 아닌 우울을 맞아들이는 주체적인 집주인 모드로 준비시킵니다.

   우울을 맞아들이면서 다음의 두 가지를 함께 궁리해야 합니다.

   -우울의 원인 탐색하기

  -  나의 기분을 좋게 할 것 찾기

   당신을 우울하고 낙담하게 만드는 그 문제들은,

   만성적인가요, 급성적인가요? 명료한가요, 모호한가요?

   선천적인 문제인가요, 좌절스러운 환경때문인가요?

   우울이 어떻게 당신을 찾아왔는지는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필이면 왜 지금 나에게 우울이 찾아온 것일까?’

   ‘이 우울은 왜 나를 떠나지 못할까?’

   ‘실제로 우울해할 일이 발생했다 쳐도, 나는 왜 우울이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둘까?’

   ‘나는 왜 의미있는 삶, 행복한 삶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대개는 당신이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사이, 문간에서 우물쭈물하던 우울이 당신의 침대까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하고 직면하게 되면 그 관성에 기반한 마음의 습관들을 멈출 지점을 알게 됩니다.

   ‘아니야, 지금은 우울해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꼭 우울해해야 하는 건 아니야.’

   ‘아니야,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꼭 지금 죽고 싶은 건 아니야.’

   ‘이건 마음의 습관이 하는 일, 마음이 본심을 가장하는 일이야.’

   우울한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 내가 왜 잘 지내고 있지? 내가 왜 웃고 있지? 내가 왜 내일을 기대하지?’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자신의 우울이 가짜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우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 역시 우울의 한 증상입니다.

   ‘어떻게에 집중할 때 삶은 조금 재미있을 수도 있고 그만큼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도 멀어집니다. 하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에 다시 꽂히는 순간 우리는 뭔가 삶의 의미가 꼭 있어야만 할 것 같고, 그럭저럭 살고 있는 자신이 가증스럽고 가식적으로 느껴집니다. ‘행복하지 않고, 가치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니 정말이지 비참하고 최악이다.’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행복하다는 듯이 살고 있다니 위선이다.’

   좋은 일을 그냥 좋아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몰려올 듯 걱정을 하고, 아직 오지도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오지도 않을 비극에 대비하면서 잠시 행복감을 느꼈던 자신의 미음을 깨부수고 불안과 초조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요. 삶에 있어 당장 어떤 의미를 알아내려 하거나 삶의 의미를 가져다줄 특별한 무언가를 찾는 것은 점점 더 큰 짐을 본인에게 지우게 할 뿐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한 번 해봅시다. 어느 날 문득 자기 삶의 의미가 작아보여 우울과 불안과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와 당신의 마음을 뒤흔든다면, “, 왔어? 알았어. 일단 나 혼자서는 널 맞이하긴 좀 그렇고, 기다려 봐하며, 자기 문제를 수용하고 때에 따라선 어디선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동료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심리치료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유사한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과 서로를 지지하는 자조모임도 시도해볼 만한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기분조절제도 함께 복용하기를 권유드립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기분좋게 만들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세요. 지치지 말고, 꾸준히 내게 좋은 일을 만들어 내거나, 내게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면 충분합니다.

    오늘따라 잘 내려진 커피

   귀여운 디자인의 커피숍 냅킨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파인애플피자

   오늘따라 딱딱 맞아떨어지게 도착한 버스와 엘리베이터

   설탕이 든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단기적으로는 기분이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노를 높이니 적당히.

   운동은 아직 하기 싫지요? 괜찮아요.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됩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갈 거니까.

   무엇이든 좋으니 당신 자신을 챙기세요.

   괜찮아요. 삶을 즐거워해도 되고, 재미있어 해도 됩니다.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좀 더 좋은 주인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숙제는 이렇습니다.

   의미있는 삶에 대한 정의를 달리해 볼 것

   그리고 당신에게 우울이 있다면 추정되는 원인을 종이에 간단히 적고, 조용히 말을 걸어볼 것.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허지원 지음, 홍익출판사, 2018)에서 발췌 요약